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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작가론 - 4) 석재현 : 진솔한 시각의 구현
진솔한 시각의 구현 - 석재현
김석원 (쿤스트독미술연수소 학술지원팀장)
석재현의 조용하고 편안한 이미지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역시 강압적이지 않고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그는 사진을 촬영할 때, 특별한 기술적인 기교를 부리지 않고 대상에 진솔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가 촬영한 사진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을 시대 순으로 살펴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죄수들의 인간적인 삶을 기록한 <자유를 향한 시간 (Time toward Freedom),1996>,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표현한 <한국 속의 외국인(IN/DIFFERENT PLACE),2000>, 일반인에게 정신적인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인도를 담은 <영원의 노래 (Hinduism, 2007-2009)>가 있다. 영원의 노래 시리즈는 최근까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자유를 향한 시간 (Ohio Boot Camp for Prisoners, 1996)
“ ......수감자들이 처음 이송되면서부터 이들이 힘든 정신적 육체적 교육을 통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육과정은 군대식 교육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단체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출감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강도 높게 진행된다. 이 작업은 폐쇄된 교도소 내에서의 사진 촬영이 인해 불가능한 듯하였으나, 지속적인 촬영요청과 설득에 의해 가능하여진 작업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교도소 수감자들의 생활을 기록하여 보여준 작업이다.”
- 작가의 작업노트 중에서
자유를 향한 시간,1996. 90일간의 힘든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금지된 외부의 가족과 면회가 허락되어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다. 흑인 죄수가 타고 있는 버스의 유리창 너머에는 둥그런 형태의 반복적인 철조망은 자신의 지은 죄에 대한 속박과 억압의 다른 표현으로 느껴진다.
자유를 향한 시간,1996. 흑인죄수가 가족과의 면회시간 사진으로, 뒷배경의 간수가 없다면 일상적인 도시 풍경에서 느껴지는 가족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느껴진다.
석재현의 <자유를 향한 시간 (Time toward Freedom),1996>은 그가 유학시절에 다니던 오하이오 대학원 근처의 교도소를 촬영한 사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교도소는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교도소는 특이하게도 ‘90일 동안의 수료과정(book camp)’을 겼으면 자신들이 지은 죄에 대해서 감형을 받는다. 모든 죄수(罪囚)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교도소 측에서 재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죄수에 한해서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죄수들이 90일 동안의 엄격한 교육과정을 모두 다 마치는 죄수는 40%에 불과하다.
미국의 TV프로그램에서는 <Boot Camp>에 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죄수들의 재활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견과, 재활프로그램이 그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인권유린에 해당한다는 의견이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석재현의 사진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셍레미의 셍폴 정신병원(L'Asile Saint-Paul a Saint-Remy,1889)> 그림이 생각난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살펴보자. “....본의 아니게 쓸모없는 사람들이란 바로 새장에 갇힌 새와 비슷하다. 그들은 종종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새장에 갇혀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동안 당연하게든 부당하게든 손상된 명성, 가난, 불우한 환경, 역경 등이 그를 죄수로 만든다.
그를 막고, 감금하고, 매장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지적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표현하기 어려운 창살, 울타리, 벽 등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신이여,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이 감옥을 없애는 게 뭔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반 고흐(Vincent van Gogh)[셍레미의 셍폴 정신병원(LAsile Saint-Paul a Saint-Remy,1889)]
고흐가 태오 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처럼 죄수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는 "자유를 향한 시간 "에서 면회온 가족들을 찍은 가장 인간적인 진실한 모습에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힘이 그들을 감옥에서 지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이 글에서 고흐의 "셍레미의 셍폴 정신병원" 얘기를 언급한 것은 "자유를 향한 시간"에서 느껴지는 죄수들의 심리 상태와 연관이 있다. 그것은 죄수들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행동반경과 심리적인 억압을 받는 상황이 "셍레미의 정신병원" 에서 원을 돌고 있는 사람들이 감시를 당하는 모습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 한국 속의 외국인 (IN/DIFFERENT PLACE, 2000)
“촬영 대상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낮선 땅에서 각자의 생활을 살아가는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이다. 인천의 화교타운, 주한미군의 독립기념일 축제, 중동지역과 동남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 서울 이태원의 이슬람사원, 그리고 국제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외국인의 모습 등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다양성들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작업은 단순한 기록으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각화, 국제화시대의 한국을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사유되어야 할 우리의 현재가 드러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작가의 작업노트 중에서
석재현의 <한국 속의 외국인(IN/DIFFERENT PLACE),2000>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이다. 현재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은 2007년에 10만 가량이라고 한다. 이들은 영구 혹은 장기 거주하며 다문화가정을 이뤄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것은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은 에피소드, 말 못할 고민 등을 진솔하게 얘기한다. 외국인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한국이 다른 외국인들에게 너무 배타적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한국사회의 장점과 단점도 발견된다. 그중에 하나가 외국인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 혹은 외국인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치명적 일 것이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외국여성들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등 아시아권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국가에서 온 여성들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경제수준이 낮다는 이유 때문에, 가정폭력, 인권침해,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온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와 아시아, 아프리카를 대하는 태도가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다는 것이다.
외국인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 과반수가 중소제조업과 서비스업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3D업종에 종사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적인 해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한국에 유학을 온 외국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스포츠 업종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석재현의 사진 <한국 속의 외국인> 에서는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다문화주의는 다분히 계몽적이고 문화적 동화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즉, 문화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통합을 강요하는 경향을 보이며 관련된 대책들은 일방적이거나 억압적인 성격을 가진다. 석재현의 사진을 통해서 느낀 점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이지만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사회적 풍토를 통해서 인종차별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식의 고답적인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다. 관람자들로 하여금 외국인이 우리와 더불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공동체 의식, 한국이 세계적인 시민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과 인권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진4)
한국 속의 외국인,2000.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던 중에 사고로 손을 다쳐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20대 후반 필리핀 노동자 사진이다.
사고 후 산업체 숙소에서 나와서 출국 전까지 경기도 안산에 있는 이주민들 안식처의 반 지 방에서 생활한다. 그의 눈빛과 표정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고 암담한 현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사진5)
한국 속의 외국인,2000. 이 사진은 각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사람들이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한국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려가는 사진이다.
그들이 사는 지역은 공단 주변의 상가건물 위 8평 남짓의 옥탑 방을 얻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인 느낌은 보이지 않는다.
● 영원의 노래 (Hinduism, 2007-2009)
“..... 2007년, 2009년에 걸쳐 성지순례를 하는 인도인들을 담은 것으로, <영원의 노래>는 자신의 종교적 성찰을 달성하고자 하는 인도인들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촬영에 담은 장소들은 북인도의 힌두 성지인 ‘차르 담(Char Dham)’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3,000m이상의고지대인 야무노트리(Yamunotri), 강고트리(Gangotri), 케다르낫(Kedarnath), 바드리낫(Badrinath) 그리고 힌두 성지 중에서 가장 많은 인도인들이 가보길 원하는 바라나시(Varanasi), 12년마다 수백만 명의 힌두교도들이 참가하는 초대형 '쿰바멜라'축제가 거행되는 알라하바드(Allahabad), ‘남편과 사별한 부인들의 도시’이며, 만 5천 명이 넘는 여성들이 모여 살고 있는 힌두교 성지인 ‘브린다반(Vrindaban)’을 중점적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이다. 이번 사진작업은 인도 힌두인 들이 성지순례를 통해 보이는 자신의 종교적 궁극 성을 위한 자세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 작가의 작업노트 중에서
본인의 기억에는 한국작가들이 인도를 본격적으로 많이 찍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인 것으로 기억한다. 유행처럼 번진 인도 여행기 사진은 수많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관광객들이 여행 코스로 다니는 곳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그렇다면 일반사람들이 인도를 어떤 이유 때문에 선호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인도는 한국에 비해서 색체가 강렬하고, 천공광(天空光) 의 상태도 매우 좋다.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것에 익숙해 있어서 인도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찍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거부 반응이 별로 없어서 사진을 연습하기에 좋은 곳 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체험적인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인도가 일반사람들에 정신적인 안식을 주는 것은 무슨이유 때문인가 생각해본다. 인도가 가지고 있는 내면적인 매력은 무엇인가?. 인도는 같은 아시아권 이면서 우리와는 다른 동양적인 신비를 가지고 있기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20세기 후반 서구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인도의 이미지는 타락한 세계의 대안으로 생각했다.
인도는 극심한 빈곤과 더러운 강물 너머에 숭고(崇高)한 정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도로 향했다. 우리들이 지치고 힘든 심신을 위로하는 영혼의 땅으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석재현이 북인도를 찍은 이유는 인도의 다문화 사회에 관한 관심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인도는 단순하게 표피적으로 흥미를 이끄는 사진 적 대상이 아니다.
석재현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전통적인 방법인 기록과 정보전달의 측면을 효과적인 어법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북인도의 자연이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인도를 방문해서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재현은 대상을 향한 깊은 관조(觀照,)와 이해를 바탕으로 인도에 대한 진솔한 시각적 표현을 진지하게 표현한 것으로 인식된다.
(사진6) Srinaga, Jammu & Kashmir,2007. 사진에서 보이는 북인도의 잠무 카시미르 주의 수도인 스리나가를 가르지는 젤룸강과 달호(湖)의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매일 아침 열리는 수상시장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교환하거나 구입한다.
수상시장에서 빵과 우유를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녀의 사진이다. 이들은 생활이 궁핍하더라도 얼굴표정은 어둡게 보이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사진7) Kargil,2007. 북인도 잠무 카시미르 주 외곽지역인 카르길 지역은 소도시를 중심으로 부락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는 하루에 한편 마을을 오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버스를 못 탈 경우 짐과 함께 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버스가 과다한 승객을 태우고 적재로 인해 타이어가 파손되고, 탑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려서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대한 상황적인 설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조형성과, 원근법적 특성이 잘 조화된 사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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