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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의 저자 곽윤섭을 말하다
『내 사진...』의 저자 곽윤섭
취재/ 현정아 (아이포스 명예기자, 숙명여자대학교)
곽윤섭 (한겨례신문 사진기자, ‘내사진...’ 저자)
사진 한 장 없는 사진 책! 오로지 그림과 간략한 문장으로 사진 초보자와 전문가에게 도움이 되는 짧고 명쾌한 101 가지 tip을 제공하는 조금 색다른 책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의 곽윤섭 사진기자가 쓴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동녘출판사)가 바로 그것. 곽윤섭 기자는 현재 사진기자 로 취재활동을 하는 한편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사진클리 닉’ 강사와 인터넷 한겨레에 ‘사진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사진가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는 그는 20년 동안 쌓아온 그는 이 책에서 그만의 사진 노하우와 철학을 간결하게 풀어내고 있다.
Q1. 여느 사진 서적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서점에 즐비하게 늘어선 사진 서적들을 보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된 책들도 많지만 대
부분 어려운 이론을 나열해놓거나 누가 찍어
도 멋지게 나오는 모델이나 풍경을 찍어놓은
자료사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배우
려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실제 상황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높이려고 사진 대
신 그림을 삽입했습니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곽윤섭 지음
그러나 그림 한 장과 간략한 글이라는 이 책의 큰 구성 아이디어는 동녘출판사에서 제시한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그 출판사에서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의 구성 콘셉트와 같게 해서 만든 두 번째 시리즈 주제가 사진이었습니다. 다음엔 미술과 글쓰기에 관한 서적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2.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셨나요?
중고등학교 때 집에 있는 사진기로 몇 번 사진을 찍어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간 후입니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보도사진부라는 클럽에 가입한 것이 사진과의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당시 각 학과의 학회들이 의례 그러 했듯 학회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 보다는 그 이외의 것과 혼합되어 전문적인 사진 공부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학회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진이론 서적들을 읽고, 흑백 암실작업을 하는 등 사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후에 사진기자로의 길로 나아가게 했던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Q3. 기자님이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시절에는 좋은 사진 서적도 부족하고, 주변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상담가도 없었는데 어떤 식으로 사진을 전문적으로 익혔는가요?
제가 사진을 배울 때만 하더라도 모든 사진 서적들에 한자가 들어 있었고, 맨 앞에는 렌즈와 카메라의 구조를 설명하는 굉장히 어려운 이론서들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책을 사 보는 것은 포기하고 코닥사에서 셔터와 조리개를 설명하는 2페이지 분량의 설명서를 보며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이론들만 익혀도 사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사진의 기술적인 측면은 아주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사진가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계신데, 대체적으로 요즘 아마추어들이 지향하는 사진 스타일이 있나요?
사진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사진에 대한 의식이나 지향하는 스타일이 모두 같진 않습니다. 제가 접하고 있는 사람들과 DSLR클럽과 같은 포털사이트, 사진전문갤러리의 성향은 약간 다릅니다. DSLR클럽 등의 포털 사이트나 사진전문갤러리의 경우 사진촬영 후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후보정 작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애초에 그것을 사진이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포토샵 사용이 갈수록 빈번해지다 보니 요즘 추세를 보면 ‘사진은 곧 포토샵이다’라는 생각을 지닌 젊은 세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작가들 중에서도 사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카메라가 찍은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닌 포토샵과 같은 컴퓨터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사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 어느 하나가 절대적이고 완벽한 형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사진이란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 나오는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름을 현상하고, 현상한 필름을 말리고 인화하는 모든 작업을 후보정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필름사진을 포함한 모든 사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보정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상약의 농도에 따라서 입자의 크기가 달라지고, 작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후보정은 모두 거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후보정에서는 아주 기본적이고 최소화된 후보정만을 인정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사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후보정의 명확한 한계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대체적으론 수긍할 만한 것들입니다. 기본적이고 최소화된 후보정을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 중 밝기 정도만 보정하고 색감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이미지의 합성이나 삭제는 더 이상 사진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온 ․ 오프라인을 통해서 제 강의를 듣는 분들도 대체로 저와 같은 같은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습니다.
1990. 3. 14일 서울지역총학생연합 소속 학생 13명은 14일 오전 서울 한미연합사령부 정문앞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들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20여분만에 경찰에 연행됐다. 학생들은 이날 메네트리 사령관에게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영내로 들어가려다 미군과 한국군경 비병에 의해 저지당하자 연좌농성을 벌였다. - 사진/ 곽윤섭
Q5. 그렇다면, 후보정을 많이 거친 사진은 사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사진이 발명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초상화나 풍경화와 같은 그림을 통해 사실을 재현해 내려고 했습니다. 그 당시 그림은 실물과 가장 비슷하게 보이도록 그리는 것이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발명된 후, 아무리 훌륭한 화가도 사진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때부터 사진과 그림의 확연한 구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추상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의 회화적 기법을 통해 사진과 그 출발점을 다르게 잡았습니다. 이처럼 회화와 사진은 그 경계가 뚜렷한 것입니다. 때문에 회화처럼 보이게 하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이용한 그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Q6. 지금까지 말씀하신 의견이 책 내용 중 57번째에 나와 있는 『사진강의 노트』의 저자 필립 퍼키스의 회화주의 사진가 비판에 대한 내용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이는 기자님께서 사진기자이시고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하셨기 때문에 다분히 기록적이고 다큐적인 사진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진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나 다른 부류에 대해서 닫힌 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합성이나 해체 등 사진의 변형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긴 역사를 지닌 회화와 달리 사진은 고작 약 200년도 안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 완전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현재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사진이 아닌, 다른 것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사진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 것으로 보기 보다는 용어나 개념을 다르게 함으로써 사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장르가 탄생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디지털 아트라든지 그래픽 아트라든지 일러스트, 팝 아트 등의 이름을 붙인 새로운 장르의 등장이 그것입니다. 즉, 그 자체로서 사진이 아닌, 사진을 이용한 새로운 예술 장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중에서
Q7.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중에서 생활 사진가들에게 가장 강조하거나 조언해주고 싶은 내용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진에 입문하는 초보자나 생활 사진가들에게 가장 얘기해주고 싶은 것은 마지막 101번째의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라는 내용입니다. 그 다음이 바로 예의에 관한 내용입니다. 회화와 달리 사진은 인물을 찍을 때 있는 그대로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실례를 범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초기 사진가들은 상대방을 괴롭힐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인물사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진 입문자들을 보면 마치 사진 찍는 것이 특권인양 상대방에 대해서 무례합니다. 몰래 찍거나, 찍고 도망을 가거나, 혹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등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왜곡된 사진 풍토가 생겨난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 번이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촬영하기 전에 반드시 양해를 구하는 사진 예의를 갖추었으면 합니다.
2001. 1. 10일 "어느 줄이 짧나" 전문대 입학 원서접수가 한창인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명지대 운동장에서 이날 원서를 마감하는 명지전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계단에 앉아 즉석에서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곽윤섭
Q8.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기자님의 사진관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포토저널리즘이든 생활 사진이든, 나아가 소설이나 그림 등 일단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면 서로 형식만 다를 뿐이지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0년대는 신문 1면에 주로 연탄가스 사고를 다뤘고 90년대는 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건 등 주로 사건 사고 소식을 1면에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기사나 사진 모두 안 좋은 사건 사고보다는 기획 기사가 주로 나갑니다. 우리 사회의 그늘을 돌보거나 양극화, 소수자 문제 등에 대한 기획기사가 바로 그 예입니다. 즉, 안 좋은 소식보다는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지향하는 기사를 전반적으로 쓰는 추세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독자들이 바라는 기사와 의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즉, 여기서 재미있는 사진이라는 것은 코믹한 사진을 얘기하는 것만이 아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유발시키는 사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중에서
Q9. 사진을 찍는데 도움이 되는 취미활동이 있습니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사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때문에 소설이든, 기행문이든, 철학 책이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두루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진에 있어 기술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작은 일부분입니다.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사진을 찍느냐 입니다. 즉, 어떤 대상을 찍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는 데 있어 셔터나 조리개 수치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맥락 하에서 그 내면을 파고들어 보는 이의 감성을 유발하는 사진을 찍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사진 기술을 늘리는 방법 외에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이냐를 고민하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2001. 9.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1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한 신세계 선수들이 단장을 헹가래치다 떨어뜨린 뒤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사진/ 곽윤섭
Q10. 지금까지 가르치신 제자들의 사진을 대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저는 주로 30대부터 50대 직장인들이나 생활 사진가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주업으로 사진을 하고 있진 않지만 각자의 생활전선에서 매우 다양한 소재들로 좋은 사진을 많이 찍고 있습니다. 직업이 선생님인 분은 학교 내 아이들의 모습을 찍는가 하면 딸을 모델로 엄마가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그들은 서로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 끈끈한 관계가 맺어져 있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표정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사진은 역시 기능이 아닌,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친근함, 감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Q11.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물론 사진 강의와 사진에 관한 상담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주 업무는 신문사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기 때문에 꾸준히 찍고 있습니다. 요즘은 특히 암환자를 모델로 해서 건강 면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관련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기본으로 하여, 저의 의무와도 같은 사진교육을 통해서 점점 왜곡돼가고 있는 사진계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는 될 수 없겠지만, 같이 대화를 하고 나의 이야기를 전해가면서 사진문화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Q12. 인터뷰 끝에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사진가가 말하길 예술과 과학 모두에 걸쳐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라고 합니다.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인 사진은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과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뛰어나진 않더라도 다르게 찍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요즘 사진 찍는 추세를 보면 해 뜨는 명소에 가서 몇 십 명씩 같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 배울 때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예술을 하고자 한다면 이런 자세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비단 물고기라고 해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비단 물고기를 수십 마리 잡는 것은 가치가 떨어지는 일입니다. 즉, 명소를 찾아가서 똑같은 사진을 찍기 보다는 자신의 주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욱 값진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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