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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사진가 이상엽 인터뷰
다큐멘터리사진가 이상엽에게 듣는다
취재/강기정(아이포스 명예기자, 고려대학교)
사진/강기정
사진과 관련된 전공을 하신 것도 아니신데,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시게 되었는가요?
저는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대학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했었고, 대학생활 끝날 때 쯤에 월간지인 시시잡지사에 들어가 기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사진기자들이 모두 그만두게 되어서 제가 1992년부터 사진기자 일까지 하다가 지금처럼 사진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회사에 암실이 있어서 낮에는 사진을 찍고 밤에는 암실작업을 하면서 사진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1996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진의 길로 접어들었죠.
사진 작업을 하시면서 어떤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가요?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서 처음으로 갔던 필리핀 취재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31살 때인 1996년도였죠. 그 해는 필리핀혁명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있었고, 또 필리핀 남부지역에서 무슬림 반군이 정부군과 대치 중이었어요. 저는 그 무슬림 반군을 취재하려 갔었어요. 위험지역이긴 했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스스로 시험해보려는 마음이 있었죠. 제가 무슬림 반군지역에 간다고 하니까 필리핀 정부에서는 군대를 한 소대 지원해줄 정도로 상황이 위험했었어요. 정부군이 저를 무슬림 반군지역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거기서 현지 가이드 차로 바꿔 타고 무슬림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정글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고 그만큼 긴장감도 컸던 탓인지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쓰러져 버렸답니다. 이때 했던 작업이 한겨례21에 올랐고, 그것이 제 첫 작품이에요. 그래서 더욱 더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나가라고 한다면 못 갈 것 같아요. (웃음)
주된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널리즘 사진을 찍기 때문에, 저의 주된 관심사는 역사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 역시 역사와 연관된다고 할 수 있지요.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배우는 일은 당대의 모습을 살피는 사진작업과 함께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죠.
사진은 현재를 보여주지만, 글은 당대만을 보여주는 것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과 글을 함께 써서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죠. 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해요.
사진 작업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또 출판까지 하시는데, 왜 그러시는지요?
사진과 함께 글을 써서 출판을 하는 분들이 매우 드물어요. 개인적으로 정답을 만들어 놓거나 누군가가 지나간 길을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해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책을 집필하는 일에는 항상 매력을 느낍니다. 언론매체는 찍어내는 수도 방대하지만, 어떻게 보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책은 작가와 개인이 1대1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와 대중 사이에 상호 교차점이 필요하고, 대중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의 코드를 읽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 있지만, 대형 매체와 다른 상호작용이라는 매력이 있는 작업이죠. 또 월간지나 일간지는 보존이 오래지 않지만 출판된 책은 보존이 오래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 사면 누군가의 서재에는 계속해서 꽂혀 있잖아요. 이러한 보존성이 강한 점은 저널리즘 사진이 갖는 시간성과도 연관된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씁쓸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월간지나 일간지가 줄어들어서 저널리즘 사진을 펼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 사진의 예술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든 문화는 각자 분야가 나누어져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듯이 사진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대사진계는 순수예술 쪽으로만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순수 예술사진과 저널리즘 사진에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요. 순수 예술사진은 미학적으로 당대를 드러냄으로써 대중에게 현실을 환기시킵니다. 이러한 순수 예술사진은 오래 시간이 지난 다음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는 훌륭한 작품들도 있지만, 대개 당대에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죠. 하지만 다큐멘터리사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사진도 예술의 일종이긴 하지만, 기록성이나 역사성이 더 강하죠. 그렇기 때문에 당대에 평가 받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어요. 또 대중들은 다큐멘터리사진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순수 예술사진에 비해서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순수예술 쪽이 각광을 받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각각의 장르가 가진 의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영역들을 지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저널리즘사진이라고 하면 어떤 것인가요?
저널리즘사진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단순하게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널리즘사진에서 상상력과 해석력을 배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점은 저널리즘에 있어서 왜곡은 피해야 한다는 윤리강령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결국 단순해서도 안 되지만, 완전히 예술적으로 표현한 사진도 안 되죠. 동시에 미학적이면서도 텍스트를 담고 있어야 해요.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현재 네이버 포토의 심사위원이신데 개인적인 심사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테크닉, 후보정 과정이 많은 것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피사체에 얼마나 더 다가갔는지를 중시합니다. 또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구현하고 있는가를 보죠. 인간과 대상의 관계성을 중시해요. 존재론적 입장에서 보더라도 내가 있어야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피사체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했는가를 주로 보게 됩니다. 사진이 미술과 다르게 상상력만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사체가 존재하여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피사체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사진에 높은 점수를 주죠.
저널리즘사진에 있어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는 기술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왕도가 없어요. 무조건 많이 찍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현상을 꿰뚫어 보고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게 될 장소를 예상해서 미리 있어야 해요. 이러한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또 연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진의 구도나 퀼리티가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해요. 이러한 점이 다른 어느 장르보다도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대중들은 저널리즘 사진이 우연성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연적인 것을 찾기가 더욱 힘든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지구를 인터뷰하다 - 사진으로 본 기후 변화> 전시회를 하시는데, 간단한 소개를 좀 해주세요.
이번 사진전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주제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은 전시회입니다. 저는 아시아를 돌아다니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사진을 찍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찍었죠. 거기에 기후변화 현상이 드러난 것입니다. 저는 기후변화로 인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더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구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인간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땅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때 땅은 아름다운 땅이 아니라 소외받은 땅을 의미합니다. 재 계발지역이라던가 민통선을 찍었고, 가능하다면 DMZ도 찍을 계획입니다. 한국의 땅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상을 담으려고 합니다. 계획은 올해 말까지 작업하고 2010년 책과 전시회를 통해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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