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권연정의 카페탐방 - 빨강 숲
빨강 숲
삼청동 길의 한 모퉁이, 빨강 숲으로 들어가다
작가 김수강의 전시회가 열리던 날, 연두색 꽃비가 곱게 내린 경복궁 돌담을 따라 걷다가 갤러리카페 빨강 숲에 도착했다. 작은 골목 곳곳에 예쁘장한 가게와 맛 집이 늘어선 삼청동 길은, 마치 관광객으로 북적이기 이전의 고요하던 인사동과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비밀스런 아지트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한 이 곳은, 안국동의 갤러리카페 ‘작은 숲’의 후속작으로 'OO 숲' 시리즈 연장선상에 놓여 있었다. 작년 ‘작은 숲’에서 종종 뵌 적이 있던 정연우 사장님이 두 곳을 운영하시고 계셨다.
빨강 숲
안국동 작은숲
지난 주 전시 오프닝에 왔을 때 어쩐지 분위기나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 갤러리 이름을 ‘빨강 숲‘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도쿄에 젊은 스타일리스트들이 모여서 전시도 하면서 작품을 판매도 하는 갤러리카페가 하나 있어요. 하루는 빨간 전구 모양의 아담한 조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해 여기에 걸었어요. 카페 이름도 이 조명을 보고 떠올린 상징적인 의미로 ‘빨강 숲’이라고 지었어요. 이 곳 인테리어는 청담동 카페 PLASTIC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조은숙, 선숙 자매가 특별히 맡아주셨는데, 감각 있으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이 장점인 것 같아요.
조은숙, 선숙 자매
요즘 부쩍 갤러리와 카페, 레스토랑 등 복합공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선견지명으로 일찍이 갤러리카페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사실 순수하게 갤러리만으로는 독립적인 운영이 힘든 면이 있어요. 그런데 갤러리카페는 간단히 요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 더 친근하기도 하고...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계속 오시니까 더 좋은 점도 있어요.
저는 젊은 작가들을 위해서 일종의 대안공간을 소개한다는 개념으로 색다른 장소를 찾아가 취재를 하고 있는데요, ‘빨강 숲’에서의 전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인지요.
-‘작은 숲’과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는 작가들에게 대관을 받을 예정이고, 전시 기간은 작품 반입, 반출을 고려해 한 달 정도로 잡고 있어요. 저희는 작품이 판매가 꾸준히 되는 편이라 작가에게 가급적이면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외국 작가, 갤러리와는 개인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지만, 갤러리카페 두 곳은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며나갈 계획입니다.
전시되는 작품이나 작가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는지요.
-창의성이 강하고 실험적인 성향을 지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30대 중반 정도 된 작가의 작업을 위주로 하려고 합니다. 물론 작품성과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공간의 성격에 맞게, 너무 무겁거나 늘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의 감안은 하고 있구요. 이번에 개관 기획전은 원로 사진작가 분들의 추천을 받아서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김수강씨의 작업은 회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면서도, 이 공간과도 잘 어울리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었죠. 올해 전시는 여름까지 개략적으로 잡아놓은 상태이구요. 6월에는 판화, 민중미술, 회화, 소품 등을 경매하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기획중입니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 때 대나무와 한지로 이뤄진 인테리어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혹시 일본의 인테리어나 갤러리카페를 벤치마킹(benchmarking) 하셨는지요.
-제가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특별히 참고를 한 모델은 없었고, 아주 감각 있는 디자이너와 함께 구상을 했어요. 얼마 전 이 곳 인테리어를 맡은 분들과 도쿄에 다녀왔는데, 한지로 작업을 하는 여성작가의 작업실에 들를 기회가 있었거든요. 일본식 주택의 내부를 의자, 테이블, 전등, 방문, 커튼, 앞마당, 주방까지 온통 작품으로 뒤덮어 놓았어요. 한지를 일본으로 가져가서 작품을 만들어 오히려 지금은 한국으로 역수입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여백의 미를 살리고 한 부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꾸미는데, 일본은 광적일 정도로 일상에 작업을 배치하는 방식이라 우리와는 정서가 많이 다른 듯 했죠.
오래 전부터 그림이나 조각, 공예 등 작품을 수집하시고 젊은 작가들의 전시나 작품판매도 지원하셨는데, 특별히 미술에 애착을 가지시는 연유가 있으신 지 궁금합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이전부터 미술이나 공예작품을 좋아해서 돈이 생기면 조금씩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서 모았었어요. 그러다가 작품이 하나 둘씩 쌓이고 혼자만 소장하고 있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 조그만 갤러리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그렇게 그저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살아오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요.
안국동의 갤러리카페 ‘작은 숲’은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장소로 기억이 되는데, ‘빨강 숲’은 메뉴나 컨셉 등을 어떻게 차별화 시켰나요.
-메뉴는 단팥죽, 인절미구이, 궁중떡볶이, 토스트 아라모드, 볶음우동, 모듬치즈 등 웰빙(well-being)을 컨셉으로 잡아 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양이 넉넉해서 요리를 하나만 시켜서 둘이 먹어도 푸짐하게끔 새로운 메뉴를 많이 만들었어요. 식빵이나 천연 요구르트도 이 곳에서 손수 만들어서 맛이 다르죠. 젊은 손님과 중년의 손님들이 두루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로 흘러가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젊은 세대의 문화 혹은 예술의 흐름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요새 젊은 세대들에게 십자수, 가죽공예, 뜨개질, 천연비누 등의 수작업으로 하는 공예가 인기라고 하더군요. 빠름과 편리함만 추구하는 세대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전혀 다른 모습에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조금 놀랐지요. 얼마 전 저도 조카에게서 가죽으로 정성스레 만든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는데 아기자기하고 멋스럽고 맘에 들어서 아끼면서 들고 다니고 있어요. 어쩌면 예술도 문화처럼 계속 반복되면서 순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한 시간 가량의 공식적인 인터뷰를 끝내고 한참동안 사장님과 이런저런 여담을 주고받았다. 마침 나의 소지품 중 유난히 수공예품이 많았고, 소품에 대해서 일일이 예술적 평을 곁들여주시는 세심함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작은 것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으니 말이다. 갓 졸업해서 작업을 시작할 무렵 초기 작품을 선뜻 선물해주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떠올리며, 비록 아직은 무명 작가이지만 그들에게 펼쳐질 무한한 미래에 박수를 보내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67의 1
문의: 02)734-9466
포테이토 웹진 독자들께 쿠폰을 드립니다. 이미지를 다운받아서 출력해오시면 6월 한 달간 빨강 숲의 메인메뉴 이상 주문 시 천연 요구르트를 드립니다.
● 글과 사진 / 권연정(포테이토 객원기자, 사진가)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 연재 ]
권연정의 카페탐방 - SEO
2005.05.11
[ 연재 ]
권연정의 카페탐방 - 몽환(夢幻)
2005.02.01
[ 연재 ]
권연정의 카페탐방 - SEIZY GREEN TEA
2004.08.26
권연정 Kwon, Yeon Jung
PHOTOGRAPHY
권연정 Kwon, Yeon Jung
권연정 중국 남경 개인전
국내 최대의 사진전문 포털사이트인 아이포스 웹진에서는 각 미디어와 화랑의 전시담당자, 프로사진가, 전국의 각 대학 사진학과 교수 및 전공자, 미술계와 광고 디자인계, 출판 편집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인사,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 사진동호인 등
27만6,830명
에게 사진문화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