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중진 사진작가 구본창(52)의 사진전에 대해 1월 29일자 르몽드지(紙)가 리뷰를 실었다.
클레르 기요(Claire Guillot) 기자가 '구본창의 가냘픈 흔적들' 이란 제목으로 쓴 이 평문은 "구본창 사진의 가냘픈 흔적들은 회화적 전통을 연상시키는 별자리와도 같다." 면서 현재보다 과거를 통해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그의 시적 상상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전시회에 대해서는 앞서 프랑스의 또 다른 유력지 리베라시옹도 호평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4년 12울 22일자 참조)
파리의 사진전문 화랑 카메라 옵스쿠라에서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탈춤 주제 19점과 'White' 주제 12점이 소개되었다.
다음은 르몽드 기사 전문.
"한국의 사진작가 구본창의 관심사는 현재와 이 순간이 아니다. 그의 영역은 흘러간 과거 속에 있다. 그의 '화이트' 시리즈는 이렇듯 담쟁이 넝쿨이 담벼락에 남겨놓은 가냘픈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연한 점들과 끊어진 줄들은 그 선을 통해서 회화의 방식을 상기시키는 섬세한 별자리들을 형성한다. 이 점선으로 형성된 존재들이 드러나 있는 벽면은 하도 투명해서 바탕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표적을 잃어버린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 지 주저하게 된다. 형상은 현실감을 잃고 추상적으로 되어버린다. 주제의 원래 모습이 뒤로 물러나면서 사라져버린 것과 기억에 대한 명상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두 번째 시리즈인 '탈춤꾼'도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단순함 뒤에는 불안감이 감춰져 있고 그 실체성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1500년 전통을 갖고 있는 탈춤꾼들의 모습을 찍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그들의 실제 얼굴은 전혀 볼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둘러친 천 앞에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무시무시한 거대한 가면을 쓰고 홀로 혹은 여럿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의 전체 공간 안에서 가면만이 뚜렷하다. 마치 과장된 모습의 형상들이 그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을 소유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텅 빈 동공(瞳孔) 속에는 사진작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난, 사진 속에 웅크리고 앉아 곧 달려들 태세인 한 괴물의 영혼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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