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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나오히사 : 연주하는 사진가
■ 인 터 뷰
한국 전시는 이번이 몇 번 째인가요?
두 번 째입니다. 2000년 SK갤러리에서 전시를 했었죠. 그 때도 플래티늄 프린트를 전시했습니다.
플래티늄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는 국내에도 몇 사람 있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플래티늄 프린트는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라 선생께서는 언제부터 플래티늄 프린트를 시작하신 건가요.
플래티늄 프린팅은 1996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형 카메라로 작업을 해왔고, 보통의 흑백 인화지를 사용해서 프린트를 했는데, 디지털 프린트가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질이 날로 좋아져가는 반면 바라
이타 인화지는 질이 점점 떨어졌기 때문에, 좀 더 나은 프린트를 위해서 선택한 것이 이 작업이었습니다. 또 다른 매체에 비해서 자신이 톤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범위가 넓다는 점도 플래티늄 프린팅을 선택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네. 시작하신 게 생각보다 오래 되진 않았군요. 플래티늄 프린트는 비용도 많이 들고 작업도 꽤 까다로운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작업은 일반 은염사진을 제작하는 것보다 아마 10배쯤은 더 힘이 들 겁니다. 필름으로부터 밀착 프린트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큰 사이즈의 원판을 사용하는 대형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지요. 장비를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또 인화지도 자신이 유제를 발라서 직접 만들어야 하고, 특별한 노광을 준 인화지를 현상하고 건조해서 마무리하는 데까지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은 일반 은염사진과는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그래도 결과가 아주 훌륭하고, 화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플래티늄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 플래티늄이라고 하면 백금 아닙니까? 금보다도 훨씬 고가의 금속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됩니까?
직접 인화지를 만들어야 하고 또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단히 값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재료값을 의미하는 질문이라면, 전지 한 장을 만들 때 대략 10만 원 정도 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한 장에 10만 원이면 비싸긴 비싸군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플래티늄 프린트에 대해 특별히 교육하는 곳이 있습니까?
지금은 일본에서는 일본대학 사진학과에서만 과정을 두고 있습니다.
작품들이 주로 유럽을 촬영하신 풍경사진인데, 유럽은 자주 가십니까?
1970년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내가 좋아했던 분야는 풍경사진이었습니다. 그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화가이셨기 때문에 집에는 유럽의 풍경사진이나 그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접하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럽의 풍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죠. 1976년에 일본 문화청에서 해외에 파견하는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뽑히면서 유럽을 많이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에도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1970년대 당시는 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전체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을 하거나 촬영할 수가 없었습니다.유럽의 풍경을 찍기 시작한 것은 1971년부터였는데 그 뒤로 10여 차례 유럽의 여러 지역들을 여행했습니다. 체류기간으로 따진다면 3년 정도는 살았다고 할 수 있지요. 차로 이동한 거리 만도아마 30만Km는 족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라틴계의 나라가 좋습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같은….
한국도 동양의 라틴이라 불리는데요. 한국에서는 촬영계획이 없으신가요?
기질이 말씀입니까? (웃음) 나는 한국사람들에 대해선 그렇게 생각 안 했지만, 언젠가 아침 일찍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문득 이탈리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사실 2000년부터 이미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촬영을 하고 온걸요.
1976 TAILANDIERS Paris 11E
1985 GUADIX ESPANA
아, 그러세요. 한국에서는 무엇을 찍으시는가요?
저는 옛 흔적을 찾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본의 문화는 아시다시피 중국이나 한국을 거쳐 들어온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문화적인 뿌리라고 할까요, 그런 흔적들을 찾아 촬영을 나갑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주로 오래된 건물이나 물건들을 촬영하는 것이죠. 촬영하는 곳은 수원이나 안동, 그리고 서울에는 종묘와 경복궁 같은 곳에 가서 촬영했습니다. 전에 왔을 때 난곡과 동아일보 앞 에서도 촬영을 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옛것들이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더군요. 이른바 근대화가 급속도로 추진되었을 때 일본도 그랬는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유럽도 그렇습니다만, 오래된 건물 같은 풍경을 보존성이 뛰어난 플래티늄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문화적인 유산이나 유물을 보존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부지런히 촬영을 하시는데, 8×10인치의 대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면 정말 힘드시지 않으시나요?
그거야 힘들죠. 무겁기도 하고요. 그래도 고생해서 얻는 것도 그만큼 크지요.
이번 한국 전시는 대학원에 다니는 제자와의 조인트 전으로 열렸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루어진 겁니까?
이번에 함께 전시하는 제자가 재직하고 있는 '기억 속의 매미'라는 회사의 사장님이 저의 작품을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해서, 한국에서의 전시를 주선해 주셨습니다.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자와 함께 전시를 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함께 전시하는 '이지연' 씨는 어떤 학생인가요?
(통역하는 이지연 씨를 보며) 네, 아주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웃음) 나에게 지도를 받기 시작한 지 7년이 되었는데, 귀엽고 착할 뿐 아니라 공부도 작품도 열심히 하는 훌륭한 학생입니다.
지금 찍고 계시는 한국 사진들은 언제쯤 볼 수 있겠습니까?
올 여름 방학 때 한국에 와서 한번 더 마무리 촬영을 할 계획입니다. 경주와 남쪽 지방을 촬영할 계획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일본에서 먼저 전시를 하고, 그러고 나서 한국에서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같이 전시를 연 제자 이지연씨와 함께...
작품의 주제는 역시 옛 것입니까?
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나는 옛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연과 시간의 위대함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더 넓혀서 말씀드리자면 나의 사진의 주제는 자연과 태양이 만들어내는 풍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요즘 디지털로 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또 응용된 작업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요?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장비도 프린팅 방법도 낡은 것을 쓰고 있지만, 데이터 정리 같은 것은 디지털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 발명 후 지금까지 기술은 끊임없이 발달되어 왔습니다.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달리 선택될 뿐, 디지털도 전통적인 프린팅 기법도 사물을 기록하고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플래티늄 프린트의 매력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국에서 워크샵 같은 것을 가질 생각은 없으신 지요?
이 작업의 매력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플래티늄 프린팅에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가령 디지털 작업이 시원하게 목을 축이는 맥주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플래티늄 프린트는 숙성된 와인과 같은 맛과 향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업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만큼 깊은 톤에서 드러나는 맛이 분명 다르지요.그리고 한국에서 워크샵 하는 것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번 한국 방문은 네 번 째입니다. 전시는 두 번 째구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한국과 훨씬 친근해지고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전시가 제자에게 조금이라도 격려와 힘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아마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바쁘신 데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은 키가 작아 보였지만, 작은 만큼이나 야무지게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장인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제자에게 들어본 그의 성격은 역시 꼼꼼하고 모든 일에 철저하다고 한다. 플래티늄 프린트는 그의 평생의 업이 될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가업을 대를 이어 물려주는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이 작업을 한국인 제자인 이지연 씨가 물려받아 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 플래티늄 프린트의 특성만큼이나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도 앞으로도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시장을 나서며 가져보았다.
취재 : 조용준 팀장
촬영 : 표정현 기자
통역 : 이지연(전시작가, (주) <기억 속의 매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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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센터 - 하라나오히사와 이지연의 플래티늄 사진전 도록 이벤트
200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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