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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 동양의 민속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동양의 민속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김수남 「아시아의 하늘과 땅」
어둠의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깊고 낮은 외침소리. 이웃집 흙담을 넘어서 불규칙하고 단조로운 박자로 울려오는 징소리와 북소리가 마치 영원으로 이어질 듯 적막한 밤공기 흔든다. 50대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무당굿이 이 땅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였다. 그 뒤로 30여년간 아무도 무당에 관한 얘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조차 알 수 없는 오랜 역사의 시간 속에서 영위되어 온 한국의 토착신앙은 그렇게 해서 현대화의 길목에 내동댕이쳐진 채 망각되어 있었다. 경제발전과 합리화가 제일의였던 시대에는 모든 비합리적이고 낙후된 것들이 버려지고, 그대신 서양의 큰 종교와 합리적인 가치관이 그 자리를 메꾸어 나갔다. 많은 무당들이 세상을 떴고, 어떤 굿은 원형을 재현하는 일마저 어려운 지경이 된 것도 있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에서 그처럼 철저하게 배제되어 온 한국의 굿을 20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좇아 찍어 온 사진가 김수남(49). 이번에는 아시아 11개국이라는 확대된 장소로 시야를 연장시켜서 기록해온 영상들을 사진집「아시아의 하늘과 땅」(타임스페이스)과 함께, 10월 24일부터 일주일간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전시된다. 그는 한국의 민속에 관해서 이미 40여권에 가까운 사진집을 펴냈고, 그 가운데에서도 10년에 걸쳐 전 20권으로 완성시킨「한국의 굿」(열화당)은 한국의 민속신앙에 관한 자료로서 더없이 귀중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타이,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네팔, 인도, 중국, 일본 등 동남아의 오지에서 촬영한 방대한 양의 사진 가운데서 고른 250여 점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동안의 취재기간 1987년부터 8년간으로, 현지에서의 체재기간 만도 꼬박 4년이 넘는다고 하니까 1년이면 6개월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찍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한가지 테마를 이처럼 숨이 길게 찍는 사진가는 없다. 김수남은 금년 8월 일본에서 개최된 제11회「히가시가와(東川) 국제사진 페스티벌」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뤄낸 사진가에게 주는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도 그의 사진작업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12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굿을 기점으로 동양의 민속신앙의 원류를 찾아 나선 대장정의 중간보고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들 아시아 지역은 모두 경제발전과 근대화를 향해서 커다란 소용돌이가 되어 움직이고 있고,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고유하고 전통적인 민속문화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 이 지역들에 대한 현장중심의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때, 김수남의 사진작업은 더욱 값진 것이다. 그의 독특한 사진 스타일에 의한 카메라워크와, 선열한 원색으로 기록된 이들 비유럽 지역의 신앙과 생생한 삶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은 단순한 학술적인 자료로서뿐 아니라 사진 미학적으로도 높게 완성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백화점이 단순히 상품만을 유통시키는 경제적 장소로서가 아니라, 예술과 감상대중들을 접목시키는 제2의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용되어 온 지도 오래다. 대형 백화점들에서 빈번하게 치러지는 사진전에는 관객들로 언제나 성시를 이룬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백화점이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이미지가 강한 신촌일대에 새로운 문화적인 기풍을 일으키는 시금석 적인 역할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해나갈 지, 그 점도 지켜보고 싶다.
-1995년 사진가 김수남의 「아시아의 하늘과 땅」 전시회에 맞추어「시사저널」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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