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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종의 갤러리 헤집기 - 제2편 뤼미에르 갤러리
뤼미에르 갤러리의 외관
개관전 ‘20세기 세계명작사진전’ 포스터
또 하나의 경사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본다는 즐거움이 크지만, 이번에는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전시장이다. 얼마 전에 White-Wall 갤러리를 소개했는데, 같은 청담동에 사진 전시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 뤼미에르가 바로 그곳. 잘 아는 것처럼, 뤼미에르란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그랑 카페 지하에서 시네마토그라프라고 하는 수제 영사기구를 이용해서 스크린에 영상으로 최초의 영화를 상영한 오규스트와 루이 형제의 성이다.
20세기 영상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의 이름을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21세기 초의 디지털 시대에 다시 등장시키는 것에는 그만한 상징적인 이유가 있을 법 하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새로운 사진공간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새로운 사진 갤러리에서 ‘교과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교과서 사진’이라고 말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아마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본다면 필자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곧 납득하리라 생각한다.
뤼미에르 갤러리에서 지난 4월29일에 열린 개관식의 모습
주로 인사동 같은 강북 생활자들에게는 외국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청담동 일대에는 의외로 좋은 갤러리들도 많고 가끔씩 놓치기 아까운 사진전도 열린다. 장소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우연히 필자가 관람객이 없을 때만 골라서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정작 그곳에서 사진 쪽 사람들을 만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고급’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이 사이트의 갤러리를 찾는 사진 감상자 수가 대중적인 인사동처럼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보통 좋은 전시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기 마련이지만,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관람객의 층이나 관심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 숫자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다. 문화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준화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 그리고 특화된 문화계층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갤러리 뤼메에르 간판과 사무실
교과서 사진
다른 분야에서의 개방에 비해 사진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의외로 문화적인 폐쇄상태가 꽤 오래 동안 계속되어 왔다.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몇 군데 사진 갤러리들도 대관에만 급급해서, 기획전시를 하거나 사진역사의 교과서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온 느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갤러리 뤼메에르의 내부전시 모습
제대로 말하자면 ‘교과서적인 사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사진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사진의 역사를 적은 책이나 잡지나 사진집 등을 통해서 많은 사진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특히 자기 마음에 드는 작가나 작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명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대개가 사진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진들이다. 그리고 그 작품을 정말 좋아하게 된다면, 인쇄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오리지널 프린트 그 자체로 보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필자가 뤼미에르 갤러리에서 본 사진들이 바로 그런 대가들의 작품이었다.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6월10일까지 전시하는 ‘세계명작사진전’작품의 일부
전과 달리 요즘은 오리지널 프린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자끄 앙리 라르티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아우구스트 잔더를 비롯해서 에드워드 웨스턴, 앤셀 애덤즈, 메리 앨렌 마크, 니콜라스 닉슨, 아놀드 뉴먼, 헬렌 레빗, 데니 라이온, 로버트 메이플소프에 이르기까지, 비록 뷘티지 프린트는 아니라 할지라도, 문자 그대로 사진 교과서에 나오는 쟁쟁한 작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이 한 군데에서 이렇게 왕창 전시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어차피 프린트는 프린트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만, 실제의 모나리자를 보는 것과 인쇄된 모나리자 복제를 보는 것과는 같을 수는 없다. 예술작품이 가지는 ‘아우라’ 성이라는 점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다.
신생 뤼미에르, 어떤 첫 돌을…
46평이라는 갤러리는 작지 않은 공간이지만, 사무실 공간을 제외하면 넓이가 왈칵 줄어든다. 하지만 청담동이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사치스런 요구만을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전시가 이루어질 지 모르겠지만, 가슴 졸이며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전시장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뒤쪽에 난 문을 밀고 4층 베란다의 휴식공간으로 나가면 숨통이 확 트일 정도로 기분이 좋다.
갤러리 뤼미에르의 최미리관장
뤼미에르를 운영하는 최미리 관장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다. (실례!) 이런 분이 우리 사진 편이 된 것이 정말 다행스럽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과 첫 돌을 가장 성대하게 축하해준다. 그것은 100일 동안 잘 자라주었다는 것과, 큰 병 치르지 않고 1년을 살았다면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서였다고 한다. 갓 태어난 뤼미에르가 어떤 성장된 모습으로 첫 돌을 맞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위치 :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디자이너 클럽 쪽으로 가다가, 왼쪽에 ‘보보라보’라는 간판이 보이는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가서 오른쪽 4번째 건물 4층에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유일한 사진 갤러리다. (전화 02-517-2134)
[촬영에 협조해주신 뤼미에르 관계자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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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선종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글쓴이 이선종씨는 경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스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 일본에서 열린 미오사진공모에서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큰상인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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