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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종의 갤러리 헤집기 - 제4편 가나아트센터
내년의 전시를 기대하며 -
지난 2001년을 시작으로, 올해 4회째를 맞고 있는 포토페스티벌(Photo Festival)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곳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인사동에서 출발하여 일대의 화랑 가를 순회 운행하는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날은 종래의 버스 노선이 일제히 바뀐 관계로 필자도 이 미술관 순환버스를 이용했다.)
내가 이곳을 처음 찾았던 것은 2001년 여름. 사진전문 갤러리는 아니지만, 사진하는 사람이라면 꼭 짚어야 할 사진전이 매년 열리고 있는 곳이어서 소개하기로 한다. 사진학과 재학생이었던 필자는 사진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서 좋은 전시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건 찾아 다니던 때였다.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사진과 현대미술” 이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한창 열리고 있었고, (주)서울경매(Seoul Auction)에서는 그때까지는 다소 생소했던 ‘사진경매’라는 것이 열리고 있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사진작품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일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던때여서, 앞서가는 기획은 좋았지만 실제 판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에 열린 첫 번째 전시에서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사진 값에도 놀랐다. 적게는 수천 만원부터 수억 원에 이른다는 작품이 즐비하게 걸린 이런 대규모 전시가 그 이전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상품화에 대해서 무작정 반가워만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이른바 ‘순수’ 사진에 대한 편향된 애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획 의도야 어찌 되었건, 국내에서 대표 급으로 알려진 작가 16명, 그리고 당대(그리고 지금도) 최고의 외국작가 20명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한 전시였다. (이 전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본 사이트에 실린 기사를 참고하시길)
2002년에 열린 두 번째 전시는 제1회 때보다 훨씬 충실한 전시 컨셉이 보이는 전시였다.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을 주는 것은 한국 작가의 절대적인 열세였다. 선정된 18명 가운데 한국 작가는 단 두 명 만이 참가했는데, 그나마 ‘개념과 아우라’로 나눠진 전시에서 ‘아우라’ 쪽에만 포함되어 있었다. 조금 비약시켜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사진에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포함시킬만한 작가가 없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2003년, 제3회는 사진하는 사람들이 오래 기다렸던 전시였다. 적어도 필자는 그랬다. 분명, 작년까지의 전시 경험이 약이 되었을 것이고, 또 다른 화랑과 미술관들에서도 좋은 전시들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한 몫 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필자의 그런 기대는 오프닝에서부터 흔들렸다. 그날은 들뜬 분위기 때문에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찾아갔지만, 역시 실망이 컸다.
우선 기획자가 바뀐 탓인지 전시 스타일이 달라졌다. 전체 분위기가 혼란스럽다는 인상이었고, 전시 주제인 <금지(forbidden)>에 대한 개념이 과연 얼마만큼 전시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지,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모처럼 세 번째 전시인데도,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전시라기보다는 2년 전에 열린 제1회 전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인상이었다.
이번 전시는 네 번째 전시다.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먼저 조금은 안전한 전시라고 해도 될 만큼 좋은 전시다. 기획자가 다시 바뀌었고, 보기에도 아주 가지런한 느낌을 준다. 전시 준비기간이 이전에 비해 가장 길었던 것과, 비슷한 크기의 작품들을 적절하게 배열해 놓았던 것도 좋은 인상을 준다. 전시 개념도 “사진예술”이라는 동시대의 관심사와 흐름에 맞게 잡았다.
전시 기획자도 ‘지금 왜‘사진에 주목하는가’ 그 이유를 전시 서문에 밝히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외국작가(Candida HÕfer)도 있었고, 상당수의 국내 작가들이 포함되어있는 것도 반가웠다.
Atta
Candida HÕfer
그럼, 전시장을 둘러보자.
전시장에는 큰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마치 넓은 화선지에 굵은 획을 드문드문 그어 놓은 듯한 전시장 구성이 돋보인다. 한 작품만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이것도 갤러리가 감상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가장 큰 배려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전시장
전시장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Candida HÕfer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 실내를 촬영한 작품과 거실처럼(?) 꾸며놓은 디스플레이가 재미있다.
Candida HÕfer 전시장
가나아트센터는 전시만이 아니라 부대적인 특별행사를 함께 치르는 것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연주회나 세미나, 특별 전시회(문선호), 사진관련 서적 전시와 할인 판매, 무료 프린트 제공 행사 같은 것이 그렇다.
내년 이맘 때쯤에는 가나아트에서 어김 없이 다섯 번째 전시가 열릴 것이다. 관계자 말로는 지금까지의 전시와는 조금은 맛이 다른 전시가 기획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전시가 보여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해외의 작가들을 소개할 때는 한국의 감상자들이 현대사진의 장면에 드러나는 중요한 트랜드를 읽을 수 있도록 작가 선정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이른바 잘 알려진 ‘대가’들의 작품에는 이제 왠만큼 진력이 나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참여 작가들이 맨날 전에 어디선가 보여졌던 작품들을 긁어 모은 ‘재탕’이나 인기에만 의존하거나 갤러리의 편의에 따라 전시내용이 좌우되는 안이한 전시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다른 갤러리들과 달리 가나아트는 현대미술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사진가를 바르게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매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의 감상자들도 이젠 그것이 가치 있는 전시인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전시인지 구별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된다.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사진이 왜 ‘예술’이 되는지를 사진하는 사람들은 갤러리에서 가서 실제 작품들 앞에서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자. (문의: 02 720 1020)
[촬영에 협조해 주신 가나아트센터 관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
글.사진 / 이선종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글쓴이 이선종씨는 경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스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 일본에서 열린 미오사진공모에서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큰상인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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