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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연정의 카페탐방 - 몽환(夢幻)
복합문화놀이공간, 몽환(夢幻)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 위에 만나는 대상이 흥미롭고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만남은 더욱 즐거워진다. 밤 10시, 누군가의 저녁 혹은 누군가의 아침이 될 수도 있는 시간에 취재 약속을 잡고 신촌으로 향했다. 2001년 5월 5일에 오픈해서 올해로 5년째를 맞는 <몽환>은 나에게 있어서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초창기에는 전적으로 예술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 마치 비밀 모의를 하기 위한 아지트 같은 장소였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되어 공간의 분위기나 인테리어, 고객층도 상당히 바뀌었지만, 재미있는 컨텐츠와 기획으로 거듭나기에 분주한 것은 아직도 변함없다.
신촌의 밤거리, 푸른빛을 내뿜는 <夢幻>이라는 간판부터 일단 눈길을 끈다. ‘복합문화놀이공간‘을 표방하고 있는 이 곳은 지하(클럽), 1층(라운지), 2층(갤러리 카페)의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1층 입구에 병풍처럼 걸린 몽골 작가의 페이퍼 컷 아트가 인상적이다. 계단을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면 방석에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좌식(座式)으로 꾸며진 재미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온통 붉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붉은 조명과 내려쳐진 얇은 천 등은 벽에 걸린 작품들을 충분히 낯설게 만들어, 마치 조도가 낮은 적색 안전등이 켜진 암실에서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정하게 앉아서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면서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오히려 관람객들은 차분하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이번 달에는 신인작가 우선혜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한 사진기록을 「不忘錄(불망록)」이라는 타이틀로 진솔하게 담아냈다. 벌써 올해 4월까지 전시 예정이 잡혀있는 상태라고 한다. 전시를 원하는 사람은 미리 연락을 하고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가면 된다. 작가가 얼마나 작업에 열의를 갖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며, 개인전과 그룹전 모두 가능하고 전시기간은 한 달 정도라고 한다. 전시는 주로 2층에서 하지만, 컨셉이 맞으면 지하와 1층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영상, 사진, 회화, 일러스트, 퍼포먼스, 공예 등 장르에 관계없이 <몽환>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작가들에게 열린 대안공간이다. 홍대 앞 클럽 “무경계 팽창에너지”와 연계하여 지난 12월 기획한 「홍루몽 party with 프레파라트_어머니 지구 展」 행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상상력은 그칠 줄을 모른다.
< 전시 중인 작품들 >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의 감각이 어우러져 오리엔탈리즘을 부활을 꿈꾸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앤티크(antique) 가구와 소품을 곳곳에 배치하고, 정교하고 복잡한 문양의 장식들로 동양적인 환상을 한껏 안겨준다. 때로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공연이나 전시회, 퍼포먼스 등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2박 3일에 걸쳐 열리는 ‘48시간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와 맞먹는 개념의 ‘석가탄신일 파티’, 여장 남자들을 위한 ‘드랙 퀸(drag Queen) 파티’, 수요 영화감상회, 동성애자들을 위한 ‘퀴어(queer) 파티’ 등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테마로 호기심 가득한 클러버(clubber)들을 끌어 모은다.
마실꺼리로는 을미주, 이백주, 두보주, 봉리주, 도원주, 항죽오가피(港竹五加皮), 죽엽청주(竹葉靑酒) 등 주류와 다양한 차 종류가 있다. 오므라이스, 볶음밥 같은 식사류도 있고, 메인 메뉴로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동상이몽, 일장춘몽, 궁보계정, 칠리새우, 양장피, 해물탕면 등이 있는데, 특히 탕수 닭고기, 칠리 닭고기, 마늘소스 닭고기 등 닭 메뉴 요리가 일품이다. 프랑스, 칠레, 이태리산 와인과 양주까지 메뉴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몽환>의 아티스트이자 매니저, 김은희 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려고 했어요. 국내 클럽문화의 발전과 신인발굴 차원에서 기획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많이 했어요. 90년대 중반 클럽문화를 선도했던 세대로서 ‘NB’ 창단 멤버였었는데(그 후 가수 양현석이 운영), 당시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갔어요. 얼마 전부터 클럽 데이(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동맹을 맺은 홍대 앞 여러 클럽을 티켓 한 장으로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가 대중화되면서 클럽 특유의 개념이 없어지고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변질되었어요."
평소에는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자의 입장이지만, 예술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때로는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자기 만족만으로 예술을 할 수는 없잖아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소한 사건에 상처받지 않을 자신감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봐요. 지금 많은 예술가들이 힘들고 움츠려 있잖아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은다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이 상황이 변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한동안 라즈니쉬의 사상에 빠져 있었어요. 인생의 전반적인 의미, 삶은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사는가? 지금은 그냥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살고 싶어요. 요즘은 가만히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인간이 돌이나 풀 한 뿌리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계의 일부로서, 인생에는 절대적인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이들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그런 상황이죠.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주적인 관점에서 너무나도 합리적인 원리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야만 하는, 그렇게 흘러가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삶은 계속되니까…."
인기나 명예, 권력의 오만함으로 쉽사리 부풀어오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독백이었다. 사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너무나도 대중적이기에 그 어느 예술분야보다도 반짝 스타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예술은 정숙하지 않은 것(Art is never chaste.)" 이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환타지 속에서 허우적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건조하고 답답한 환경, 지루하고 단순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일탈과 새로움을 꿈꾼다. 현실보다 아름답기에 깨고 싶지 않은 꿈과 환상을 좇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며 본능일 것이다. 이러한 꿈과 환상을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는 <몽환>은 작가들은 물론 관람객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이번에는 형식적인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30대로서, 마치 오랜 친구처럼 속내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랩탑 키보드의 경쾌한 두드림이 어느새 한 곡의 연주처럼 느껴졌다.
▣ 몽환 스케치
▣ 몽환 안내
* 주 소: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2-30
* 전 화: 02-325-6218
* 영업시간: 18:00 PM~ 02:00 AM
(연중무휴, 단체예약 가능)
* 홈페이지: www.cafe.daum.net/mong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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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권연정(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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