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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종의 갤러리 헤집기 - 제5편 갤러리 룩스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룩스(주경화 관장)는 사진·영상·판화·인쇄 등 복사매체 전문 갤러리이다.
1999년에 개관했으니까 5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문을 열기는 했지만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사진관련 갤러리가 많았기 때문에, 5년이라면 일단은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쯤이면 이 동네에서는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을 것이고, 찾아오는 고정 관람객도 꽤 많이 생겼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조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lux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갤러리는 주로 ‘빛’과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회화나 서예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 화랑이 대부분인 인사동에 사진매체를 다루는 룩스는 우리에게는 그만큼 존재가치가 크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룩스 갤러리의 위치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전시장이 3층이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가 수월하지 않다. 이런 불편이 있어서 갤러리 측에서도 장소를 이전하는 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모르지만, 잘 하면 수년 안에 좀 더 좋은(?) 공간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걸어본다.
인사동 중간쯤의 인덕빌딩 3층에 자리잡은 룩스 갤러리는 35평 넓이에 전시공간과 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는 약 60%가 대관전, 40%가 기획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차차 기획전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큐레이터 이서영 씨 말투에 힘이 들어가 있다.
기획전도 주로 중견작가 중심으로 치러져 왔지만 앞으로는 젊은 작가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싶다고 한다. 좋은 작업을 갖고 발만 동동 구르던 젊은 작가들에게도 머지 않아 좋은 기회가 찾아올 지 모른다. 전시공간의 넓이나 접근 용이성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부분도 전문 갤러리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내년에는 해외작가의 작품도 걸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또 다른 갤러리들처럼 사진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대가’들의 작품을 들고 들어와서 이름 덕을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주문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시도 첫날만 떠들썩한 오프닝 세레모니로 끝내버리지 말고 전시기간 중에 작가와의 대화나 세미나 같은 것도 함께 개최해서 전시를 좀더 입체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아무튼 갤러리의 앞으로의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전시를 이어 나온 룩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시>
갤러리를 찾아간 날은 공교롭게 시인이며 사진가로 알려진 신현림 씨의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 신현림 씨, 특히 그의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를 좋아했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으나 그의 사진은 군 복무 시절 어느 월간지를 통해서 본 적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전시 타이틀도 그렇고, 이번 전에 걸린 작품 하나하나는 역시 그만의 독특한 색채가 묻어나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스타일과는 내용이 사뭇 달랐다. 우선, 지금까지 보아온 사진에는 늘 글이 사진에 붙어있었는데, 이번에는 사진만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발표 매체가 인쇄가 아닌 전시장 공간이고, 또 사진가로서의 첫 사진전이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제목 앞에 붙은 ‘아!’ 라는 감탄사인데, “우리는 생전에 많은 말을 하지만, 결국 남는 말은 감탄사 ‘아! 라고 생각한다.” 는 선문답 같은 짧은 설명을 들으니까 어쩌면 좀 알 것도 같은 생각이 든다. 사진은 그가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고스트 타운처럼 되어버린 무인의 거리를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마치 일기를 쓰듯 이미지들을 채집한 것이라고 한다. 80년대 이후 부쩍 늘어난 이런 폐허 같은 공간에는 모두 제법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작품 중간 중간에 여성의 성기 같은 형체가 들어 있는데, 그게 도대체 누구의 것이고, 또 왜 그런 것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지 솔직히 말해서 좀 궁금하긴 했지만, 그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아마 관람객의 몫인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가볼 수 없었던 사람은 모르긴 해도 큰 손해를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된 작품들은 글과 함께 책으로 출판된다고 하니까 궁금한 사람들은 그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문의 02-720-8488)
[촬영에 협조해 주신 갤러리 룩스에 감사 드립니다.]
●
글.사진 / 이선종 (사진가, 포테이토 객원기자)
글쓴이 이선종씨는 경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프리랜스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작년 일본에서 열린 미오사진공모에서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큰상인 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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