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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곤 / <중국현대사진전>을 개최하며
갤러리 카페 포스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다큐멘터리와 예술사진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아홉 명의 3, 40대 작가들의 작품을 몇 차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중국 현대사진가들의 작품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전 조류독감 소동에서부터 베이징 올림픽, 경이적인 속도의 경제발전, 그리고 후진타오의 잇단 유럽 방문, 구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유인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등 좋건 나쁘건 중국이 국제뉴스의 머리를 장식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도로와 근대식 건물 건설 등 연일 대규모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3년 후인 2008년까지는 수도 베이징 시 전체의 약 80%가 새롭개 개조된다고 한다.
외형뿐만이 아니다.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변화, 문화개방, 인터넷시대의 도래와 함께 예술매체로서의 사진의 효용성을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의 숫자도 확실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들 가운데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도 한두 사람이 아니다. 샹하이(上海) 비엔날레, 광저우(廣州) 비엔날레 등 중국 국내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에서는 물론, 카셀 도쿠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등 미술무대에서 중국의 작가들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고,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중국의 현대미술의 판매량과 가격은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머리로 알고 있는 중국과 중국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엄청난 에너지로 변화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중국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현대미술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회화와 조각, 설치, 비디오 등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장면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진이 중국의 사진가들에게 단순한 취미나 기록의 도구만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예술 매체라는 사실이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은 놀랍게도 1990년대 들어서부터다. 대학에서의 사진교육도 우리보다는 훨씬 늦게 시작되었다. 현재 전국의 400개 대학에 사진이 전공으로 개설되어 있지만,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대학에서 사진교육을 담당할 인력을 배출하는 총본산 격인 로슌(魯迅)예술학원이 금년 7월에 사진학과 개설 20주년을 맞았을 정도이니까 그 변화의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20년 만에 무려 400배의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모든 것이 엄격한 통제 아래 놓인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그렇듯 중국의 사진은 오래 동안 정치적인 프로패건더나 아니면 개인의 취미에 봉사하는 일에만 허용되어 왔다. 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관헌의 눈을 피해가며 중국이 놓인 현실을 기록한 사진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시선은 중국의 현실과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정신병자 수용소나 나환자촌, 종교탄압, 빈곤과 인권문제 등 중국에서 공식적인 통계 숫자로 잡히지 않는 현실의 사각지대에서 작업하는 이른바 제 2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 가운데 몇 사람이 먼저 국제적인 사진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키지(記實)사진가’로 불리는 이들 대부분이 인간과 전통적인 삶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중국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서 강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중국의 현실은 그들에게 있어서나 그 사진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사진계에 결코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풍부한 소재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등장한 제 3세대의 사진가들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에서는 이전의 키지사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제되지 않은 소재에서 오는 강렬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무기력하게까지 보일 정도로 조용하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과 카메라 사이의 넓혀진 거리감 때문일 것이다.
네 번째로 열린 작년 9월의 핑야오 국제사진페스티벌에 출품된 중국 사진가들의 작품에서는 폭발할 것 같은 힘이 느껴졌던 지난 해에 비해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 짧은 기간에 그들은 현실과 일직선으로 이어진 다큐멘터리 사진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현실의 모습을 그려내는 세련된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였다. 공업화와 현대화에 따르는 급속한 사회적 변혁은 시민들의 의식과 생활에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다큐멘터리나 아트 분야를 불문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현대사진가들의 작품에는 그런 사회현상이 직설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났다. 젊은 사진가들은 경제발전과 현대화가 실현시킬 중국의 밝은 미래에 대해서 반드시 낙관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이들은 중국에서 진행중인 현대화와 경제적 번영의 뒤쪽에 놓여있는 또 하나의 현실 - 권력과 부패, 심화되는 빈부차, 전통과 기존의 가치관의 붕괴, 도시민의 소외와 상실감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 외부 세계의 외관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대신 개인적인 감정이나 느낌 같은 것을 훨씬 은유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로 변화를 거듭하는 현실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몸짓처럼 보인다. 얼핏 현실에 대한 무기력하고 방관자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태도에서는 그래서 오히려 더욱 무겁고 절박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와 중국정부는 지난 해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Alors Chine?(What about China?)”의 중국의 현대사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핑야오에서 개최된 사진페스티벌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오고 있다. (2005년의 핑야오 사진축제에는 중국 중앙정부과 산시(山西)성, 프랑스에서 우리 돈으로 모두 50여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미국의 산디에고 주립대학과 덴버의 아트 뮤지엄에서도 중국의 현대사진을 소개하는 대대적인 전시가 열렸고,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China Now” 전에서도 사진가와 비디오 작가를 포함한 20여 명의 중국 아티스트들이 소개되었다. 이밖에 ICP와 시카고의 스마트 뮤지엄이 공동 기획한 “New Photography from China”에서는 무려 45명의 중국 현대미술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1월부터 한 달 가까이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중국현대미술 특별전’에 츨품된 사진가들의 작품에서도 그들의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비록 아직은 표현에 대한 엄격한 당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 이벤트에 소개되는 중국의 현대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시장경제의 도입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들이 빠르게 이해하고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현대미술전
사진을 비롯한 중국의 미술 전반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발전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외부로부터의 자극도 큰 몫을 했지만, 내부적인 변화, 즉 문화혁명과 천안문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의 모든 분야와 계층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공산당원의 통제가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아티스트들에게 있어서 이전에 비해서 훨씬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년 핑야오 사진축제에서는 성과 죽음에 대한 거친 표현들이 낡은 공장건물을 이용한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런 현상들은 수년 전부터 예상되었던 대로 중국이 국제적인 현대사진의 중심점으로 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오를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만들어 준다.
현대 중국의 사진의 특징은 오랜 폐쇄적인 문화정책 아래 놓여 있었고, 그것은 오히려 사진가들에게 어떤 특정한 부분 - 예를 들어 기록적인 사진(키지사진)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성과를 쌓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발전과 산업화에 따르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인구의 대도시 집중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고, 거기서 파생되는 도시민의 소외의 문제를 다루는 사진가가 많은 것도 중국 사진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이들의 사진에서 적어도 중국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부정이나 비판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마다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유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조국에 대한 긍지 같은 것도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중국의 사진을 1990년대까지의 리얼리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냉소적인 태도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중국에서의 도시화가 빚어내는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적인 억압 상태를 다룬 사진표현이 단순한 기록물로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미술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는 징표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곳에서 적은 것처럼, 지난 2000년 네덜란드의 라덴에서 개최된 사진페스티벌에는 산아제한을 통한 인구통제 문제를 다룬 작품과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도시의 부자 영감에게 팔려 나온 시골 소녀(2년 후에는 그의 젊은 조카에게로 다시 넘겨진다)의 비정한 현실을 기록한 중국의 다큐멘터리사진들이 출품되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이런 비인간적인 현실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문서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다. 나의 눈에는 중국 세관의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서 국제적인 사진페스티벌에 그런 작품들을 내어 놓으려고 생각하는 사진가의 행위는 거의 목숨을 건 모험처럼 비쳤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쩌면 다른 목적을 가진 당국의 의도적인 '묵인'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목적이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이 예술과 문화에 대해서 관대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서구 세계에 보여주는 일이다. 중국의 사진이 이만큼 오게 된 것은 사진가만에게 공이 돌아갈 아니다. 핑야오에서도 느꼈던 일이지만, 사진을 포함한 중국의 현대미술이 세계의 현대미술 중심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진의 경향을 그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국의 잡지나 전시 도록에 실린 우편엽서 크기만한 인쇄물이 전부였던 그들이 이제 국제적인 미술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는 현재 400여개 대학 사진과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전공자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 대학에 무려 40여개가 넘는 사진학과가 난립되었던 우리의 과거를 생각한다면 수년 후 중국 대학들의 사진학과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당분간은 이러한 숫적인 상승세가 중국의 사진에 상상을 초월하는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중국의 사진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징조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누드사진을 찍어서 발표하는 사진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누드사진을 전시한 사진가가 체포되어 형무소로 들어간 예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여성들을 정면에서 찍은 누드사진이 공개된 장소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놀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금년 핑야오에서도 과격한 젊은 사진가 그룹인 ‘블랙아시스’의 전시장에서 서구적인 몸매를 가진 젊은 여성들의 누드사진들이 실물보다 몇배 큰 대형 사이즈로 당당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당혹을 느꼈던 것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인인 나였다. 누드 때문이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 때문이었다. 해변의 절벽과 바위 위에 늘어선 여성들은 심미적이고 고전적인 누드로서가 아니라 불길한 예감과 폭력적인 성적 상징물로 거친 힘으로 화면 가득 그려져 있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중국현대사진전 "미지의 영역" 작품의 다양성은 중국이 놓인 현실 자체의 다양성에 기인한다. 급속한 발전과 변화를 체험하면서 개인과 가족, 사회의 아이덴티티의 혼란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으며 그때까지 금기시되어온 정치적인 비판이나 성적 관심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과 같은 거친 힘을 느낄 수 있다. 현대 사진가들의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르는 대중문화의 확산에 대한 시각, 테크놀로지에 대한 비판과 찬양, 중국의 정체성의 혼란과 빠른 근대화의 효과를 기록하려는 욕망 등은 중국의 짧은 예술사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활황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Pei, Xuehong- Urban Population
페이 슈홍(裴學紅)의 「도시민 (Urbane Population)」에서는 고풍스러운 집과 좁은 골목길, 영세한 가게가 늘어선 50년 전과 다름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치 무대장치처럼 옆으로 길게 펼쳐진 파노라마 프레임 화면에 담는다. 극명하고 사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소실점을 가진 그의 길다란 화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원근법의 세계를 교란시키는 그의 화면은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도시 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단일한 시점으로 바라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7, 8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을 앞둔 중국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도시 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화’는 필연적으로 중국의 도시경관과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전통적인 가치관의 파괴를 수반한다. 중국의 현대사진가들의 사진에서 중국이 이루어낸 눈부신 발전상이나 그에 대한 찬양을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음풍농월에 재능을 쏟거나 맹목적으로 미래를 믿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급진적인 혁명가나 현실 고발자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사진에 찍혀있는 현실의 모습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현실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을 통해서 중국에서 지금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쳰(泗川)미술대학을 나온 페이 슈홍(裴學紅, 1967년 생)은 2000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주제로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주거와 생활양식으로 영위되는 도시 소시민의 일상생활과 시골을 떠나 도시부로 유입되는 이주민들의 삶의 모습들을 중국의 전통적인 회화양식을 차용한 긴 파노라마 화면으로 기록하고 있다.
Wang, Yuming- Morning & Evening-2002_
왕유밍(王豫明)은 2005년 동강사진상 국제부문에서 「mornig and evening」으로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night talk」, 「puzzled city」, 「blockage」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밤의 가로등에 드러난 유령 같은 도시경관이나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의 진입로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사람, 무속적인 세계에 부유하는 인간상을 마치 몽유병자와도 같은 불확실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흐리고 흔들린 초점, 싱크로나이즈 플래시 기법에 의해서 불안감은 극도로 강조되어 있다.
Lu, Jun - Heroes Series
이번 전시 작가 가운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루 준( 陉, 1962년 생)은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부터 국내외에서 「who am I」, 「Nude」, 「Androgyny」 등을 발표했다. 그는 식물, 알, 열매, 껍질을 벗겨낸 개구리 등을 조합하여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과 종교, 부권적인 것, 인조인간, 서커스, 그로테스크 등을 주제로 한 독특한 세계를 비릿내 나는 생생하고 킷치한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Cai,Weidong(蔡也東) - Landmarks
Liu, Lihong (刘立宏) Observing in the Mythical Way
카이 웨이동(蔡也東)은 중국의 전통적인 수묵화의 기법을 차용해서 인간의 의식하에 잠재된 암울한 무의식의 세계를 무겁게 그려내고 있으며, 루슌예술학원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류 리홍(刘立宏 )은 도시와 누드를 주제로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Observing in the Mythical Way 」는 거리에서 조우하는 일상의 단편적인 장면들을 채집한 세련된 서정적인 작품이다.
Qiu, Zhijie - Light Writing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주제로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는 키우 지지에는 전 방위의 실험적인 사진가다. 인체, 약, 주사, 책장, 문, 라이트 브러시, 퍼포먼스 등 가능한 모든 소재와 기법을 구사하는 그는 편집광적인 채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을 하나의 카메라로 변신시켜서 시야에 잡히는 모든 대상과 가능한 방법들을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왕 통 -Mao on the Wall
「Mao on the Wall」을 찍은 왕 통은 해난(海南)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사진가다. 그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전국에 널려 있는 사원과 인민공사, 혁명위원회, 시골병원 등의 건물 벽에 그려진 모택동의 초상(Red Sun)을 마치 아이콘처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폐허화 되어가고 있는 건물들의 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4가지의 낡은 습관을 타파하자!”, “대만을 해방시키자!” 등의 구호를 읽을 수 있다. 무너져가는 회벽에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마오의 초상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모든 중국인들의 뇌리에 그토록 강력하게 찍혀있던 마오의 존재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 낡은 건물들도 언젠가 허물어지고 그곳에는 포장된 도로와 견고한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설 것이다.
Wang, Ningde-Some days
1972년생인 왕 닝더(王寧德)는 사진과 함께 현대미술의 뼈대를 확실하게 갖춘 아티스트다. 그는 작품의 컨셉은 물론 무대장치와 모델의 연출, 의상, 분장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상에 놓인 듯한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몇 가지의 상징적인 단서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얼어붙은 듯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결 같이 눈을 감고 있는 모델들은 그것은 보는 사람들에게 소외와 억압과 무언의 반항 같은 감정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루슌예술학원을 나온 그는 1999년 이후 중국과 프랑스, 체코, 덴마크, 이태리, 벨기움, 이스라엘,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사진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중국의 ‘현대사진’이 시작되는 것은 등소평의 개혁정책이 시작되는 70년대 말부터다. 80년대 들어서면서 그때까지 주류를 이루던 이른바 ‘살롱’ 풍의 사진은 사회적 현실에 눈을 돌린 사진가들에 의해서 다큐멘터리사진(記實寫眞)으로 대세를 바꾸게 된다. 13억의 인구와 다양한 민족 문제, 억압된 체제로부터 개방과 산업사회로의 전환,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발전이라고 하는 과도기적 상황은 사진가들에게 더없이 좋은 소재를 제공해 주었고 중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금세기 초까지 20여년 동안 전성기를 누려왔다.
얼마 전 주한 중국 대사가 ‘중국의 GDP는 세계 6위지만 국민 1인당 GDP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현실을 얘기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중국의 인구가 무려 13억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대사의 말은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전체 인구를 곱하면 큰 문제가 되고 아무리 큰 성과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전체 인구로 나누면 매우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사진전을 기획하면서 우리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발전의 그런 보잘 것 없는 실체가 아니라, 중국의 현대사진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라는 사실이었다. 사진에 관한 한 그들은 이미 세계의 중심에 거의 도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0년에 중국 전토에 불과 3개교(북경영화대학, 북경청화대학, 심양노신예술학원)에 불과했던 대학 사진학과가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은 2005년 현재 무려 40여 개교로 수가 늘어난 것만 보아도 그 과격한 변화의 정도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인적 자원과 뛰어난 인쇄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쇄매체들도 중국사진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한다. 금년 한 해에 다섯 번씩이나 개최된 국제규모의 미술축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의 현대작가들은 세계의 주요 미술 이벤트와 미술시장으로부터 가장 주목 받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의 현대사진이 사진의 순수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나 디지털 테크널러지와 같은 첨단과학과의 결합과 상호교차를 통해서 그 예술적 지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부터 약 한 달간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었던 「중국현대미술 특별전」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갖고 있는 경이로울 정도의 역량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빈약한 예술정책과 재정지원, 부실한 문화인프라, 과도한 사진학과 증설과 전근대적인 교육 커리큘럼, 현실에 대한 인식과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의 부재... 중국의 사진이 빠른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이 전시가 한국 사진이 놓인 안타까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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