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카자흐스탄 취재 여행을 마치고 |
"드라스 드위찌에~!" 여러분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지냈는지 무척 궁금하다. 필자는 계획대로 카자흐스탄에서 8월을 보내었다. 사실 취재보다는 강의가 우선인 여행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표준연구소에서 웹 디자인과 포토샾의 활용에 관한 강의를 하였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학생들의 사진을 즉석에서 찍고 그 결과물을 준비해 간 노트북으로 옮기고, 그래픽 툴을 이용해 이미지를 보정·편집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빔 프로젝터의 대형 화면을 통해 자신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그래픽 툴을 이용해 순식간에 변해가는 과정을 목격한 학생들은 대단히 즐거워하였다. 월급이 없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었지만 대신 가르치는 기쁨을 얻는 보람있는 여행이었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강의는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6시에 끝났다. 그래서 퇴근 이후에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카자흐스탄의 여름 해는 10시에 지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주말엔 학생들과 M.T.를 갈 정도로 인간적인 유대관계도 잘 유지했고 현지의 고려인들과도 교류가 있었다. 표준연구소의 강의를 마치고는 고려인 협회의 요구로 고려인복지센터에서 또 한 차례의 강의를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별 무리 없이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삶의 단편을 필름에 담을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 여러분께 다큐멘타리 취재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는 필자이지만 본인에게도 이번 취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언어(러시아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언어를 공부해가며 정보가 거의 없는 나라를 처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는 입장에서 현지 취재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문 사진가도 처음 접하는 지역에서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란 바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아는 사람일 것이다.
지난 9월호에서는 여행준비의 첫 번째 단계인 - 여권, 비자, 항공권의 확보, 여행자료의 수집과 활용, 루트의 설계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 10월호에는 첫 번째 단계에서 지면관계상 생략된 여행경비의 산출과 두 번째 단계인 배낭 싸기, 기존 매체의 분석과 촬영 리스트의 작성 방법 등을 소개하겠다.
| 1. 여행경비의 산출 |
여행경비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이미 루트와 일정이 확정되어야 한다. 그 조건에 따라 경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루트 역시 가지고 있는 예산에 맞춰지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여행경비 산출의 기본 공식은(하루경비×체류일) + 항공권 + 기타 + 예비비 = 총경비 이다.(여행예산에 장비 구입비, 필름, 여권발급비 등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루경비(일일경비)란 대략적인 숙박비+시내교통비+식비+입장권 등을 합산한 값이다. 기타는 체류일과 상관없이 들어가는 경비를 말한다. '기타'에는 여행자 보험, 도시간 이동 교통료, 허가비용(등록비용), 현지자료(지도·엽서 등) 구입비, 가이드북, 비자, 핸드폰 로밍, 전화카드구입 등이 있다. 총경비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아시아의 경우 일반적으로 100만원 내외가 든다.
예비비는 대략 20~30만원 정도를 잡으면 되며 기념품이나 선물 등은 예비비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여행에 있어서 신용카드는 만일의 사건(현금의 분실, 도난 사건)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며 거의 신용카드만을 이용해서 여행할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는 아예 10일 정도 쓸 현금만 들고 나가서 경비가 떨어질 때쯤 신용카드로 경비를 뽑아 쓰는 방법을 이용한다. 아무래도 비싸게 돈을 쓰는 방법이지만 환전할 필요도 없고 많은 돈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하다. 경비를 모두 현지 화폐나 달러 또는 유로화로 환전하여(또는 여행자 수표) 가지고 나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시간이 없는 경우 공항에서 바로 환전할 수도 있다.
예산이 산출되었다면 그 경비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한국의 매체에서 미리 어싸인먼트를 받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일단 사진가가 스스로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 기사화가 되었을 때에 원고료를 받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 학생이라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고. 직업사진가라면 이전 작업의 원고료 수입을 다음 작업에 재투자해야 한다. 작업이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학생 시절엔 경비를 지원 받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만약 여행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여행사의 T.C.(전문인솔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작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경비가 부족하다면 한 도시를 몇 개의 주제를 두고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것도 좋다.
| 2. 배낭싸기 |
최소한의 것만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다. 단 1그램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것들은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리스트를 만든 후 하나 하나 체크해 가면서 짐을 싼다. 카메라 가방, 큰 배낭, 힙 색(보조가방), 삼각대가 가장 기본적인 취재여행의 필수품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북에서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행물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필자는 여행을 갈 때마다 배낭을 새로 싸지 않는다. 몇 년 전에 싸놓은 배낭을 나갈 때마다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조금만 바뀌기 때문이다.
ㄱ. 사진장비
- 카메라, 수은전지, 카메라 가방, 카메라 가방 방수 커버, 렌즈, 렌즈후드, 필터- 필름(종이곽 제거), 필름보호 파우치(공항 X-Ray는 사진가의 적이다. 가격이 부담된다면그냥 봉지에 담아 공항에서 손으로 들고 검색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삼각대(볼헤드가 좋다)- 스트로보 (바운스 카드 혹은 루미 퀘스트 등의 바운스 시스템 필요-천장 바운스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스트로보 배터리(현지에서 충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든든히 챙겨둔다)
- 릴리즈
- 청소용구
- 종이테이프(120 필름 촬영 후 종이테이프로 튼튼하게 붙여두지 않으면 충격 때문에 여행도중 필름이 풀려 버릴 수 있다. 이번 카자흐스탄 취재 시에는 야경 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호텔난간에 고정시키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작은 가위(겨울에는 필름이 잘 부러진다)
- 작은 드라이버(간단한 장비 수리가 가능하다)
ㄴ. 하계취재
- 여권, 여권사본, 여권용 사진 몇장, 여권케이스, 서류, 경비, 신용카드, 국제학생증,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복대(자작할 수 있다. 허리 복대, 겨드랑이 복대(가장 안전한 복대인데, 필자는 동경 나리따공항에서 구입했다. 땀이 차지 않는 것이 좋다)
- 배낭(40리터면 충분), 배낭 방수 커버
- 보조가방 또는 힙 색(로우프로 제품이 좋다)
- 손전등(조그만 MAG LIGHT 제품이 좋다)
- 우산(3단 우산)
- 옷(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현지 옷을 입으면 주민들과 더 쉽게 동화될 수 있다), 수건(스포츠 타월도 좋다), 모자(사막지역의 뜨거운 햇살과 기후는뇌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양말, 옷 케이스(천이나 비닐)
- 세면도구, 케이스(방수되는 것)
- 취재수첩, 취재노트(줄 없는 것), 유성펜(수성펜을 사용하다간 비올 때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네임펜, 형광펜
- 가이드북, 지도(코팅, 혹은 방수 스프레이를 미리 뿌려둔다), 여행정보 자료 요약본
- 파일박스(각종 티켓 등 낱장 자료를 구김 없이 보관할 수 있다)
- 영문명함(많이 나눠주고 많이 받는 것이 좋다)
- 번호자물쇠, 와이어(배낭을 침대 다리나 기차 짐 받침대에 묶어 둘 수 있다.)
- 봄가을 점퍼(건조한 지역은 여름이더라도 밤에 추운 경우가 있다. 손바닥만하게 접혀 케이스에 들어가는 제품이 좋다)
- 시계(야경촬영시 필수), GPS(오지 여행시 요긴하다. 고도계, 나침반 기능이 있는 게 좋다)
- 신발(등산화 혹은 등산용 샌달. 여기에는 절대 돈을 아끼면 안된다. 피로도와 직결된다)
- 물파스(많이 걸어야 하고, 벌레에 많이 물리게 된다)
- 질긴 비닐봉지(배낭안의 짐들을 구획할 때 쓰인다. 기성 제품으로 출시된 것도 있다. 방수되는 게 좋다)
- 비상약품(정로환, 감기약, 소화제 등)
ㄷ. 동계취재
- 배낭(필자는 60리터 배낭을 이용한다. 겨울 취재는 짐이 많기 마련이다.)
- 잠바(오리털 파카가 좋다. 여유가 있다면 NORTHFACE사의 손바닥만하게 접혀서 케이스에
들어가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 장갑(가죽보다는 손에 딱 달라붙는 주유소 장갑 같은 것이 좋다. 필자는 지하철에서 천 원에장갑을 구입해 오른쪽 검지 손가락의 끝부분만을 잘라내서 촬영용 장갑으로 사용한다. 영하30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에서 촬영할 때 요긴하게 썼다. 너무 추워 장갑 없이는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가죽장갑은 따뜻하지만 셔터감각이 떨어져서 사용할 수 없다. 촬영을 하지 않는 이동시간에는 촬영용 장갑 위에 두터운 등산용 장갑을 겹으로 낀다.)
- 침낭(오리털로 된 따뜻하고 가볍고 작은 것을 구입한다. 난방이 좋지 않은 호텔이 많다)
ㄹ. 기타(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
- 나눠줄 선물(한국적인 것, 오지의 경우는 볼펜 한 자루도 O.K.)
- 풍선 지구의(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소개할 때 좋다)
- 폴라로이드 카메라(친구를 만드는데 요긴하다)
- 디지털카메라
- 미니 노트북
- 여행용 정수기(정수 필터가 달린 물통, 정수알약, 배터리식 정수기)
- 베개(튜브식)
- 숙면안대(취재여행에는 숙면이 중요하다)
- 군용비상식량(오지에서 요긴하다)
- 일회용 비옷(일회용이지만 계속 사용할 수 있다)
- Windows 한국어 IME CD(현지의 PC방을 이용할 때 필요하다. 필요한 프로그램들도 함께구워둔다), CD 케이스, 플로피 디스크, 디스크 케이스
- 썬글라스(잘 부러지지 않는 것. 화려한 것을 쓰면 취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 피로회복제, 비타민 C 알약, 바셀린 로션(건조한 오지여행의 경우 손과 발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 자신을 간단히 소개할 수 있는 자료(취재만 달랑 하고 오는 것보다 해당 지역의 갤러리나 편집자 등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 손톱깎기
- 물티슈(장거리 버스를 탈 때 간단히나마 세수할 수 있다)
- 자일리톨 껌
- 썬크림(지수 25이상 각자 피부 조건에 맞는 걸로)
- 라면스프, 된장: 이 두개만 있어도 현지 조달 가능한 재료를 섞어 간단한 한식(?)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 기존 매체의 분석과 촬영 리스트의 작성 |
이쯤해서 다시 한번 기존 매체를 분석해야 한다. 역시 이번에도 월간 GEO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좋은 교재이다. 자신이 기획한 기사와 비슷한 성격의 기사를 분석해보자. 오지 기사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도시 기사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개발도상국의 도시를 소개하는 기사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보라는 이야기이다. 자연에 대한 기사, 동물에 대한 기사, 역사에 대한 기사, 축제에 대한 기사 등은 나름대로 기사에 요구되는 사진이 정해져 있다. 구도를 흉내내라는 말이 아니라, 그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어떤 것인지를 보라는 의미이다. 역사에 관한 기사라면 하늘에서 광활한 땅을 내려다본 사진이 꼭 있어야 한다. 도시라면 도시 야경과 세련된 도시인의 이미지가 필요할 것이며 개발도상국은 한참 건설중인 건축물의 사진이 필요할 것이다.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촬영리스트를 작성하자. 기사상에 꼭 필요한 대상들을 나열해보자. 컴퓨터로 잘 정리하여 출력한 다음 지니고 다니면서 촬영이 끝날 때마다 체크박스(□)에 체크(∨)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작성하기에 앞서 아래의 요소들이 적절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현지에서 수정해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A. 가장 오래된 것들과 가장 최신의 것들을 기록하라.
B. 남녀노소를 기록하라.
C. 생노병사, 희노애락를 기록하라.
D. 아침, 낮, 오후, 밤을 기록하라. (기회가 된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기록하라.)
E. 현재 그 지역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사건을 담아라. (정치적 사건이나 축제 같은 행사)
예를 들어 북경을 관광기사로 보여준다면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리스트가 필요할 것이다.
ㄱ. 유적지
□ 북경 자금성
□ 만리장성
□ 천단공원
□ 민속촌
□ 이화원
□ 천안문광장
ㄴ. 사람들
□ 북경 번화가 세련된 젊은이들 걸어가는 모습
□ 인민복 혹은 전통의상을 입은 노인들
□ 아침에 공원에서 체조하는 사람들
□ 집에 모인 가족들
□ 북경대학 학생들
□ 아이들
□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
ㄷ. 도시풍경
□ 왕푸징 거리 혹은 번화가 빌딩들 야경
□ 주택가 뒷골목(후통) 풍경
□ 전통요리 식당
□ 백화점
□ 재래시장
□ 공사풍경
□ 나이트 클럽 혹은 패션쇼
□ 경극 혹은 서커스
□ 류리창 거리
□ 공사중 풍경
□ PC방
ㄹ. 이미지컷
□ 음식 클로즈업(베이지 카오야)
□ 시장과 백화점의 상품 현대적인 것
□ 시장과 백화점의 상품 옛날 것
□ 화가들의 그림
□ 전통무늬
 | |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일행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준 고려인 최알라 양과 서울대 철학과 정원섭 교수님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사진가 강제욱은 서울대 미술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며, 매체 작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2000년 4월 방한을 추진하기 위해 동경 오꾸라 호텔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났고 이를 계기로 티벳을 다큐멘타리로 기록하는데 전념해 왔다. 티벳 작업을 계기로 월간 아시아나 컬쳐, 연합뉴스, 시사저널, 월간 도베, 이미지프레스 등의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는 사진가로 활동 중이며, 올해 사진비평상 우수상을 수상하고 ‘젊은 사진가전’, ‘동강사진전’, ‘한일청년작가교류전(IN & OUT展)’ 등의 그룹전을 통해서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는 9월의 첫 개인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오는 10월경에는 지난 5년간 작업해온 ‘발해’를 매체에 발표할 계획이다. |
<※ 연재가 마무리되는 2004년 1월경, 포테이토닷컴과 월간포토넷 독자들을 중심으로 공동 주제를 정해 필자와 함께 직접 취재하고 그 결과를 지면에 공개하는 다큐멘터리 워크샵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독자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사진/글 강제욱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 기사는 포테이토닷컴과 포토넷에서 공동으로 기획하여 연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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